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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드러낸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정보제공과 지원에 있어서의 이주민 차별

코로나가 드러낸 인종차별의 민낯 증언대회

 

정보제공과 지원에 있어서의 이주민 차별

-(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 고기복

 

대한민국은 지난 2월 23자로 코로나19가 감염병 위기경보 ‘경계’ 단계에서 ‘심각’으로 격상될 정도로 환자가 급증했으나 외신들은 질서 있고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최근 AFP통신에 따르면 한국은 사망률 0.77%로 전 세계 평균인 3.4%인 사망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를 Δ정보 공개 Δ대중 참여 Δ광범위한 검사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외신 보도와 같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가 방역 시스템이 질병관리본부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자 하는 노력은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부는 마땅히 해야 할 것이라 기대했던 행위들을 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과도하게 시행함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일어난 부분도 있다.

 

발 빠른 법무부 조치: 긍정적이나 편견과 낙인 우려

코로나19가 아직 경계 단계이던 1월 31일, 법무부는 미등록 외국인이라도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감염증 의심으로 검진 받는 경우, 담당 공무원이 그 외국인의 신상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출입국‧외국인관서에 통보할 의무가 면제된다고 밝혔다.

이어 2월 9일에는 체류 자격에 관계없이 외국인들이 전국 124개 보건소와 46개 민간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출입국이나 외국인 관서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검진 받는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의료기관도 단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법무무가 긴밀하게 공조하는 가운데 방역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당연한 조치였다.

다만, 출입국관리법 위반자에 대한 통보 의무 면제는 이미 2012년부터 시행돼 왔던 제도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92조의2(통보의무의 면제)에 따르면,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의 학교생활과 관련하여 신상정보를 알게 된 경우,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담당 공무원이 보건의료 활동과 관련하여 환자의 신상정보를 알게 된 경우, 그 밖에 범죄피해자 구조, 인권침해 구제 등 법무부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외국인의 피해구제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는 공무원 통보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마치 코로나19 때문에 새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법무부가 보도하는 것은 그 동안 이 제도가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번 코로나19가 지났을 때 공무원들이 출입국관리법 위반자에 대한 공무원 통보 의무 면제가 한시적이었다고 착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법무부는 민원인의 국내 체류기간 연장을 위한 공공기관 방문을 최소화하여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곧 체류기간이 만료되는 등록외국인(외국국적동포 거소신고자 포함) 13만 6천 명의 체류기간을 오는 4월 30일로 일괄 연장하기로 했다. 더불어 코로나19 감염증 총력 대응을 위해 지난 1월 28일(화)부터 영어·중국어·베트남어를 포함한 20개국 언어 지원이 가능하도록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를 24시간 상시 운영체제로 전환했다.

이러한 조치와 달리 지역 내 감염자 발생 시 문자 발신은 여전히 한글로만 되고 있어 이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이 신속하게 되지 않는 점 등은 부작위에 의한 정부의 이주민 건강권을 침해 행위라 할 수밖에 없다.

어찌됐든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법무부는 질병관리본부에 버금갈 정도로 발 빠르게 여러 가지 정책들을 내놓으며 국가 방역 시스템에서 국내 체류 외국인이 배제되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실제 내용을 보면 편견과 낙인을 찍지는 않았는지 짚어볼 부분이 있다. 그간 법무부가 내놓은 이주민 관련 정책들은 (체류자격 불문하고) 이주민들이 마치 감염원인 것처럼 과도하게 대응한 측면이 없지 않다.

법무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통보의무 면제 제도 등을 새로 도입한 제도인 것처럼 홍보하고, 국회 입법을 통해 출입국법을 개정하여 외국인 숙박신고제를 도입했다. 코로나19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해 온 국민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숙객 현황파악과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혹시 모를 감염원 추적 등을 위한 예방적 조치라는 명목이었다. 이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 숙박시설을 이용할 때 여권 등 개인정보 기입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1조 제1항 및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입국심사를 받을 때에 출입국신고서를 작성하여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출입국신고서 작성이 면제되는 등록외국인과 단체 관광객은 사전에 여권 정보 등을 사전에 제공하고 입국하고 있다. 등록 외국인은 외국인 등록 시 성명, 성별, 생년월일 국적 등의 신상정보와 함께 여권사항, 근무처 및 직위, 본국 주소 및 국내 체류지와 연락처 등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단체관광객 역시 사증발급 신청 시에 국내 관광 일정과 체류지 및 연락처가 상세하게 기재된 사증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출입국은 외국인등록 및 단체사증 발급 신청 시에 입국신고서에 기재되는 정보보다 훨씬 폭 넓은 정보를 제공받아 외국인체류관리에 활용하고 있다. 2012년부터 외국인 범죄 발생 억제 및 사후 추적·관리라는 명목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외교관, 17세 미만 외국인 등 일부 제외)의 지문 및 얼굴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이처럼 조밀하고 체계적인 외국인 감시와 추적 시스템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모든 외국인의 체류 상황을 숙박업소를 통해 다시 신고하게 하는 것은 이중 신고를 강제하는 행위이다. 현재 숙박업소를 관리하는 주체는 관광호텔은 문화관광부, 모텔은 보건복지부, 그 밖에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등의 관리 주체가 다양하다. 그런 가운데 역학 조사 주무부처가 아닌 법무부가 외국인 투숙객 명단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만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고, 기본권 침해를 낳을 수 있는 초법적인 발상이다.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숙박계를 적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실상은 방문 혹은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손쉽게 통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겠다는 것이요,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에 폭넓게 퍼지고 있는 외국인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차단과 확산 방지를 빙자한 외국인 숙박신고제는 대중의 심리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단기 방문 및 장기 체류 외국인 인권침해 등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고, 향후 이 법령이 미등록 단속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는 면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 숙박신고제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감염증 예방수칙과 의심 증상 시 대응요령 등에 대한 외국어 안내를 강화하고 의료진 배치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그 주무부처는 질병관리본부와 지역자치단체가 되어야지 외국인 체류 관리와 단속을 목적으로 하는 법무부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방역 기본을 무시한 차별과 이주민 건강권 침해

코로나19 초기에 정부 대응 기조는 법무부를 필두로 이주민들이 마치 감염원인 것처럼 선제 대응을 하다가 정작 좀 더 철저한 방역이 필요한 시기에는 이주민을 배제하고 있어 이율배반적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지역 불문하고 확산되면서 마스크 보급이 원활하지 않자 지난 3월 5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그간 꼼꼼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칭찬받던 부분과 달리 차별적인 외국인 정책으로 방역 시스템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말았다.

정부는 마스크 보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협력과 배려 속에서 공평한 보급, 보급 확대를 추진하여 마스크 수급을 빠른 시일 내 안정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유통의 전 과정을 사실상 100% 관리하여 ‘공평 보급’을 약속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1인 주 2매, 요일별 5부제, 중복 구매 확인 시스템을 구축하여 마스크 생산 능력과 수요 간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국민들에게는 합리적이고 상호 배려하는 소비를 당부했다.

문제는 정부가 공평 보급을 약속하고 합리적이고 상호 배려하는 소비를 당부했지만, 정작 구매 자격을 부여함에 있어서는 공평함을 찾을 수 없었고, 방역 사각지대를 스스로 만들어 버렸다는 데 있다. 정부가 최초 제시한 구매를 위한 본인 확인 방법에 따르면 내국인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또는 여권 제시하면 구매가 가능했다. 반면, 외국인은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함께 제시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 발표 이후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자, 곧바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9일 자로 건강보험증 없이도 구매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건강보험 가입자에 한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이에 따르면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되지 않는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이나 미등록자는 구매할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한다. 사업자등록 없이 영농 사실 확인만으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업체 소속 이주노동자나 단기 방문자 등도 원천적으로 마스크 구매 자격에서 배제된다.

즉, 250만 명의 체류 외국인 중 미등록자 39만 명, 단기 체류자(C3)와 관광통과(B2) 46만 명, 건강보험 의무가입이 2021년까지 유예되어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10만 유학생들 또한 공공 마스크 구매가 불가하다.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있더라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방문 동거와 방문취업자 등을 포함하면 현실적으로 체류 외국인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살 자격조차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공공 마스크 구매 조건이 되더라도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구매하러 다닐 시간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 코로나19 상황이 다국어로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등은 지역사회 방역에 구멍이 생길 여지를 키우고 있다.

방역 시스템은 한 사람의 동선조차 빠트리지 않고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 ‘마스크 보급이 원활치 않은데 외국인마저 챙겨야 하느냐’는 국민 정서를 핑계로 이주민을 배제시킨다면 방역에 허점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합리적 차별과도 거리가 멀다.

공짜로 달라는 것이 아니다. 이주민에게 공공 마스크 구매할 자격을 부여하라는 말이다. 차별 없는 공공 마스크 보급 정책이야말로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우리 사회가 인종 혐오와 차별을 없애고 성숙한 세계 시민사회로 나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체류 자격 혹은 건강보험 가입에 따른 마스크 보급 대책은 국내 체류 이주민의 최소 절반 이상을 배제시켜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신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만일 지금처럼 공공 마스크 보급에서 이주민을 차별할 경우, 세계가 한국의 대응을 평가할 때 비록 민주적이고 질서 있게 통제되었다 할지라도 대한민국은 인종차별국가라는 오명을 안겨줄지 모른다.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백서가 발간될 때, 공공 마스크 보급 과정에서 미등록 외국인과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외국인을 배제하여 방역에 허점이 생기고 있는 부분을 하루빨리 시정하지 않는다면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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