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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외 시민, 일류 시민

열외 시민, 일류 시민

코로나19가 드러낸 민낯 중 하나는 우리사회가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이주민 차별과 배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입니다. 공적 마스크 판매 정책이 딱 그랬다. 정부 당국은 체류 자격과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핑계로 절반이 넘는 이주민들을 사회안전망 공적 영역에서 배제시키면서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할 때 이주민들은 불안감에 떨면서도 마스크 구입은 딴 세상 일이었습니다.

재난기본소득만 해도 그렇습니다. 경기도와 서울시는 외국인은 제외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비록 총선이 끝날 즈음, 이재명 지사가 “내용보다 속도가 중요해서 깊이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재난기본소득 배분에 있어서 외국인 배제로 인한 문제점을 인지했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이주노동자나 난민 등은 검토 대상이 아닙니다. 경기도에 주소를 두고 생활하며 직간접세를 내는 도민인데도 말입니다. 세금이 있는 곳에 권리가 있다는 말은 이주민에게 해당되지 않습니다.

최근 이주민 대상 마스크 분배 소식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며칠 사이라고, 격세지감입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고, 공적 마스크도 여유가 생기면서 뒷전이던 이주민들에게 늦게나마 눈길을 주는 점은 고마우나 씁쓸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그 동안 이주민은 우리사회에서 ‘열외 시민’이었는데 이제야 생색내는 꼴이니 말입니다.

열외 시민이 있는가 하면 일류 시민도 있습니다. 마스크 구입을 못해 불안해하는 이주민들이 있다는 소식에 발끈하고 나서서 손을 내민 이들 이야기입니다. 아들 등교할 때 사용하려고 사 둔 마스크를 내놓은 이, 바쁜 선거운동 일정에도 귀 기울여준 후보, 주위 지인들을 독려하고 독려하며 마스크를 모으고 갖다 준 이, 비서실을 통해 살짝 보내준 이도 있었습니다. 직접 재봉틀을 돌린 전업주부·언론인·평화활동가, 교인들로부터 각양각색의 마스크를 모아 보내 준 교회들, 마스크는 아니지만 혹시나 하며 방역해 준 이, 꼭 필요했던 손 소독제를 박스로 보내준 이, 익명을 요구하며 다량의 마스크를 필요한 곳에 발송해 준 기관 등등 정말 많은 이들이 세상이 눈 감을 때 이주민들을 돌아봤습니다.

이주민도 우리사회 공동체 일원임을 행동으로 보여준 이들은 세계 시민이며, 일류 시민입니다. 공적 마스크 대란 당시 관심을 갖고 함께 해 준 모든 분들, 특히 용인시민들, 고마움을 달리 표현할 길이 없어서 글로 대신합니다.

2020년 4월 17일
(사)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 고기복
#코로나19 #이주노동자 #이주민 #공적마스크 #재난기본소득 #경기도 #용인 #감사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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