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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어_& #에프터

이주노동자쉼터를 시작하며 세 들어 산 지 15년 만에 창문을 교체하고, 도배와 장판까지 교체했습니다. 창문은 전부 교체한 반면, 도배와 장판은 사무실을 빼고 전부 했습니다. 오래된 건물인데다 맨 위층에 자리한 탓에 비가 오면 천정에 늘 흔적이 남곤 했습니다. 벽지를 뜯어내자 곳곳이 삭아서 바스락거리다 지쳐 썩고 있는 합판이 드러나더군요.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빗물과 세월 흔적을 뜯어내는 일이 만만치 않았지만 쉼터에서 지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 손을 빌려서 하루 만에 마무리했습니다. 삭고 삭다 썩기까지 한 천정 합판과 벽지 속에서 검은 곰팡이를 잔뜩 품고 있던 벽지를 뜯어내다 보니 작업이 될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남자 숙소에서 벽지를 뜯던 도배공이 소리치며 SOS를 요청해서 보니, 바퀴벌레 여러 마리가 둥지를 틀고 있었습니다.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남는다는 억센 생명력을 자랑하는 바퀴들을 화염방사기를 만들어 제거했습니다. 모기약을 분사하며 라이터로 불을 붙이자, 벽에 붙어 있던 바퀴들이 고소한 냄새를 내며 우수수 떨어졌습니다.

쉼터 월동 준비하는 셈치고 작업했는데 빗물 흔적도 없고, 보기 좋아졌습니다.

어제 도배와 장판 작업을 마치고 오늘은 뒷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큰일은 거의 다 끝냈고 소소한 정리만 남은 지금, 벽과 바닥, 창문을 보니 공사 전보다 훨씬 깔끔해진 걸 실감합니다.

공사를 해 주신 한우리건축 황의배 대표님과 직원분들이 쉼터가 좋은 일 한다며 사무실과 교실 전등도 교체해 주시고, 남녀 화장실 두 곳, 환풍기도 새로 설치해 주셨습니다. 청소를 해도 해도 크게 티도 나지 않고 버릴 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지만, 올 겨울 칼바람과 눅눅한 벽과는 이별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번 공사는 용인시에서 재정을 지원해 주어서 할 수 있었습니다. 공사해 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 이주노동자들 형편을 살펴주신 모든 관계자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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