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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다문화시대, 문화로 족하다

“문화시민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문화시민은 잔디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문화시민은 나갈 때에 문을 닫습니다.”

‘문화’라는 말만 들이대면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꼰대들이 지금도 있다면 ‘문화’가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고 비웃음 사기에 딱 좋다. 어쩌면 ‘다문화’라는 말도 그와 같은 운명에 처할 날이 멀지 않았다.

문화적 배경이 다른 이들이 모여 사는 다원화시대에 나중에 들어온 이에게 변하라고 요구하지만, 사실은 먼저 있던 이들도 함께 변한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굳이 다문화라 할 이유가 없다. 문화로 족하다.

‘다문화’란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널리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동화주의에 기반한 행정기관의 수혜성 정책들이 펼쳐지면서부터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결혼이주민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여러 사업을 펼치고, 학계에서는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여러 연구와 프로젝트를 실시하면서 ‘다문화’라는 단어가 왜곡되기 시작했다. 정책 시행자들은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결혼이주민들과 그 구성원은 무언가 가르쳐야 하고,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다문화’는 문화다양성을 지향하자는 취지에서 써야 할 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류 문화‘를 지칭하는 단어가 돼 버렸다. 가령, 한국인이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과 결혼하는 순간, 행정기관 문서에서 그 한국인은 ‘다문화가족’ 구성원으로 따로 구분된다. 외국인 배우자가 국적을 취득해도 변함없이 ‘다문화가족’으로 구분되는 현실은 ‘외국계 한국인’을 진정한‘한국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 구성원들은 무언가 부족하고, 문제가 있고,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을 거라고 단정 짓고 대상화해 버린다. 그로 인해 ‘다문화-2등 시민’이라고 낙인찍고 있는데도 그런 사실에 무지하다.

실질적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행정기관에서 미국 등의 선진국 출신들을 대상으로는‘글로벌센터, 글로벌빌리지’ 등의 이름으로 민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결혼이민자나 이주노동자를 비롯한 동남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다문화센터, 외국인근로자센터’ 등에서 하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학계에서 말하는 다문화이해 역시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비주류 국가 이해 정도로 취급되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라는 용어가 왜곡된 까닭에 상처받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고,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면에서 ‘다문화’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이주민을 지칭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가령 가족 구성원 중에 외국계 국적자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하는 사람만 (굳이 밝혀야 한다는 전제 하에)‘**계 한국인’가족으로 말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세계인의 날, 계절 이주노동자 제도, 사회통합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민, 이주, 외국인력, 문화 영역까지 폭넓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다문화’ 정책 관련하여 다른 어떤 부처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사회통합이라는 명목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제와 관리를 주요 수단으로 하는 법무부가 이주민 사회통합을 이야기하는 게 억지스럽지만, 행안부 등은 한 발 뒤쳐져 있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다문화 정책이 정부의 주도 하에 민간이 적극 추동하면서 동화정책으로 펼쳐져 왔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다문화정책 검토 운운하는 법무부 모습은 이율배반이다.

다문화 정책 부작용과 관련하여 법무부가 여론 수렴한다면서 제시한 사례들만 봐도 그렇다.

가령, 다문화가족이면 소득재산 등 수준에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지원되고 있다는 정책 중에 △ 대학 특례입학·로스쿨 특별전형은 각 대학이 학생 유치를 목적으로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정책이다. 오늘날 각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려는 것은 생존 전략이다.

△ 취업성공 패키지 역시 고용노동부가 추진한다고 하지만, 결정은 기업이 하는 것이다. 민간이 ‘다문화’ 열풍에 편승해서 기업 이미지 홍보 혹은 인재 발굴 차원에서 하는 것인 만큼 정부가 언급할 부분은 아니다. 이런 부분은 공공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올해부터 청년 인턴 채용에서 다문화가족 구성원 우대를 없앤 것을 봐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맞고, 시간이 해결할 문제이다.

△ 농촌출신 대학생 학자금 융자는 다문화가족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기보다 ‘농촌’ 출신 우대라는 면에서 봐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지원 정책으로 언급함으로 인해‘엄청난 특혜’를 받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식의 여론 수렴 혹은 정책 보도 자료야말로 다문화가족 전체를 정부 지원을 받아야 할 소외계층으로 낙인찍는다.

게다가 설문지에서 법무부는“ 다문화가족 지원 시책이 국민을 역차별하고 있다고 본다”는 표현을 그대로 답습했다. 아직까지 우리사회가 ‘다문화가족’을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다문화가족 구성원들은 국민이 아닌 ‘외국인’인가? ‘국민 역차별’이 아니라 ‘다문화가족’ 차별이 현실임을 법무부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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